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부산에서 홀로 직장생활하시던 아버지가 27세에 결혼하여 처음 마련한 집은 작은 부엌이 딸린 사글세방이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한 계단 위에 주인집의 긴 마루가 있고, 대문 바로 왼쪽에 우리가 살던 방이 있고, 방을 지나가면 집의 안쪽에 재래식 화장실과 우물이 있었다. 그 집에서 나와 둘째가 태어났으니 1967년 2월에서 1971년 중반까지 살았다. 주인집에서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기억은 없는걸 보니 사물에 대한 기억력은 좋지만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어릴적부터였나보다. 만 4살 즈음에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그네와 큰 소나무, 석류나무, 그 외에도 여러 꽃과 나무가 있는 넓은 마당과 방이 3개에 큰 욕조가 있는 화장실까지. 마당 끝에는 제법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