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부산에서 홀로 직장생활하시던 아버지가
27세에 결혼하여 처음 마련한 집은 작은 부엌이 딸린 사글세방이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한 계단 위에 주인집의 긴 마루가 있고,
대문 바로 왼쪽에 우리가 살던 방이 있고,
방을 지나가면 집의 안쪽에 재래식 화장실과 우물이 있었다.
그 집에서 나와 둘째가 태어났으니 1967년 2월에서 1971년 중반까지 살았다.
주인집에서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기억은 없는걸 보니
사물에 대한 기억력은 좋지만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어릴적부터였나보다.
만 4살 즈음에 집을 사서 이사를 했다.
그네와 큰 소나무, 석류나무, 그 외에도 여러 꽃과 나무가 있는 넓은 마당과
방이 3개에 큰 욕조가 있는 화장실까지.
마당 끝에는 제법 많은 장독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장독대와 창고가 있었고
주방은 마루에서 한 칸 내려가서 아궁이가 있는 재래식 주방.
큰 방은 부모님과 막내가 쓰고 작은 방은 나와 둘째 차지.
끝방은 전세를 주었다.
내 방 문을 열면 왼쪽이 주방이고 바로 맞은편이 화장실인데
밤에 자다 깨서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워서 동생을 깨워서 같이 갔던 기억이 난다.
무섭다는 얘기는 못하고 "형이 화장실 갈 때 너도 같이 가자" 라고 했는데
언제까지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11-12살 즈음에는 2층 양옥집으로 이사를 했다.
현관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안방과 주방이 있고 정면에 화장실과 계단, 왼쪽으로 방 2개가 있고
계단을 오르면 작은 마루와 오른쪽에 큰 방이 1개, 왼쪽에 작은 방 2개와 주방이 있는 구조.
2층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2층에 세 든 식구들은 마당 한쪽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다.
거실에는 통창이 있고 그 앞에는 제법 넓은 베란다가 있어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좁고 긴 마당에서는 야구 캐치볼을 하기도 했다.
내가 고등학교 갈 즈음에는 2층 방 2개만 세를 주고 2층의 큰 방을 내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