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키오스크 UI 유감

RoggyPark 2022. 10. 28. 09:02

키오스크 전성시대다.

전통적인 포스 기기 제조 업체 외에도

새로운 활로를 찾거나 파이를 키울 기회를 찾는

ATM, display 업체들까지 키오스크 H/W 시장에 뛰어들었고,

솔루션 시장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업체 입장에서,

키오스크의 최대 장점은 인력감축이다.

하지만 키오스크가 한 사람분의 일을 할까?

아직은 아니다.

 

키오스크 앞에 선 고객은

숙련된 점원이 주문을 받고 결제를 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교육을 받고, 하루에 수십에서 수백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점원은

포스 기기의 어느 위치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이 버튼을 누르면 다음 화면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바뀐 화면에서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신속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고객은 ,

이 가게에 자주 들르고 항상 주문하는 메뉴가 있지 않는 한,

키오스크 앞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15인치가 대부분인 포스 기기 화면과는 달리

주문용 키오스크의 화면은 대부분 20인치 후반 또는 그 이상이다.

넓직한 화면으로 고객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얘기는

키오스크 업계의 착각이 아니면 디스플레이 업계 마케팅의 결과이다.

 

기껏해야 60cm 앞에서 주문을 하는 고객의 눈에

광활한 30인치 화면이 한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게다가 가로로 늘어선 사람의 눈과는 달리

대부분의 키오스크 화면은 세로로 길쭉하다.

 

고객은 주문을 하기 위해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려가며 메뉴를 찾아야 하고

카드리더기가 어디에 있는지 또 한번 둘러봐야 한다.

 

키오스크 솔루션은 또 어떤가.

초기 키오스크 솔루션은 포스 기기 화면을 그대로 옮겨서 사용했고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그 개선은 고객 사용 입장이 아닌 심미적 관점의 개선이 더 커 보인다.

 

햄버거를 선택하고 치즈버거 버튼을 누르면

(이건 잘 안팔리는건지 다음다음 페이지에 있다)

화면이 바뀌면서 Set인지 단품인지 물어 본다.

Set를 선택하고 나서

아래쪽에 있는 주문하기를 누르면 진행되지 않는다.

 

선택을 하라고 화면에 안내 문구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아래쪽 <주문하기>를 보고 있는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주문하기>를 몇번 누르다가 화면의 선택사항을 발견하고

일일이 선택한 후에 <주문하기>를 누르면

그제서야 주문이 완료되고

원래 화면으로 돌아가서 다음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이제 <결제하기> 버튼을 눌러서 결제화면으로 들어간다.

멤버십 카드를 읽히고

내가 가지고 온 쿠폰을 입력하기 위해 화면을 둘러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반짝이는 화면 위에 비친 뒷사람의 눈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사실 그는 스마트폰 화면 보느라 신경도 안쓴다)

화면에 종업원 호출 버튼이라도 있으면 좋겠건만 그런 건 없다.

 

큰 소리로 종업원을 불러보지만 다들 조리하고 음식을 건네느라 정신이 없다.

잠시 후에 종업원이 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쿠폰 사용하려면 첫 화면에서 메뉴화면으로 가기 전에 먼저 쿠폰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문한 것들을 모두 취소하고

첫 화면으로 가서 쿠폰을 선택하고

다시 메뉴를 입력해야 한다.

 

어렵게 햄버거를 주문하여 마시고

옆에 있는 까페로 가면 또 다른 화면에서 전혀 다른 절차로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해야 한다.

 

건물을 나갈 때 마주치는 주차요금 정산 키오스크는 또 다른 던전이다.

 

제발,

키오스크 화면을 기획하는 사람과,

그 회사의 높은 분들이 그 키오스크를 1시간만이라도 만져 보고 출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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