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알파벳 26개를 모두 사용한 문장.
Pangram이라고 한다.
전자식 타자기를 개발하면서 저 문장을 수천번은 쳤겠지만
나의 타이핑은 아직도 독수리 타법에 머물고 있다.
휠의 반대편에 있는 두 글자를 번갈아 찍는 악조건 테스트를 해도 잘 동작하던 타자기지만
전문 타이피스트가 타이핑하면 타자기의 인쇄 속도가 따라오지 못해 키버퍼가 금방 꽉 차버린다.
메모리를 비롯한 모든 리소스가 턱없이 부족해서
16KB의 EPROM과 512~4096 byte 정도의 RAM이 고작이었기에 버퍼를 늘릴 수 없었고,
버퍼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타이핑하고 한참 뒤에 인쇄되는 타자기를 살 사람은 없었다.
내가 부서 배치를 받고 2-3일 타자기를 만지며 놀고 있을 때,
선배가 8051 reference manual을 던져주며 보라고 했고,
1주일 정도 지났을까?
몇가지 질문을 하더니 소스코드를 출력한 프린트물을 주면서
코드 최적화에 대한 고민을 해 보라고 했다.
당연히 팀장 정도 외에는 개인용 PC가 없던 때였고,
코딩을 하려면 예약을 하고 서버실에 가야 했기에
신입사원에게는 프린트된 소스코드가 최선.
코드 1 byte 줄이고 machine cycle 하나 줄이기 위해 몇시간을 고민했고,
8051 어셈블리에 빠져서 디스어셈블러 만들다가 CPU simulator까지 만들었었다.
지나고 보면 신입사원에게는 꽤나 도전적인 과제였지만
믿고 맡겨 준 선배들 덕분에 신나고 재미있게 일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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